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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마석도(마동석) 주먹 소리의 비밀? 폴리 아티스트(Foley artist)에 대해

영화 제작 STUDY

by Dir.Seungmin 2023. 6. 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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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범죄도시 3가 한 번 더 흥행가도를 달리며 1000만 관객을 앞두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흥행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마석도의 시원한 액션? 초롱이의 강력한 존재감? 대체불가한 장이수의 매력? 나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마석도의 찰진 주먹 소리와, 특히 리키의 일본도 액션 씬에선 양 옆에서 빵빵하게 들려오는 사운드 덕분에 우리는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촬영을 하려고 실제로 사람을 때리고 사람을 베진 않았을 텐데, 이런 효과음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범죄도시 3, 마석도가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
범죄도시 3, 마석도가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

 

폴리 아티스트(Foley artist)란?

 폴리 아티스트는 영화 제작 현장에서 담기지 못하는, 없는 소리를 진짜 같이 창조하는 영화 효과음의 마술사다. 간단하게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나 칼에 맞는 소리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괴물의 소리를 창조하거나 공룡이 우는 소리를 재현하기도 한다. 폴리라는 말은 할리우드에 전설적인 효과음 제작자 잭 폴리(Jack Foley)에서 따왔다. 잭 폴리는 인물의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인물의 특성이나 성격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사람들로부터 효과음 제작하나 만큼은 찬송받던 인물이다. 워낙 대체 불가에 전설적인 인물이었기에 이후 효과음을 제작하는 사람들을 모두 폴리 아티스트라고 부르곤 한다.

 

폴리 아티스트의 역할

 앞서 말했다시피 폴리 아티스트는 세상에 없는 소리를 만든다. 관객 입장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다양한 포리 도구들을 활용해 효과음을 제작하기도 하고, 걷거나 뛰는 소리는 직접 행동을 재현하며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말이 다그닥 거리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코코넛 껍질을 활용하기도 하고, 구슬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활용해 빗소리를 만든다. 세상에 없는 소리를 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하기에 굉장히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효과음을 녹음하기 위한 장비
효과음을 녹음하기 위한 장비

 그런데 폴리 아티스트는 효과음만 잘 만든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폴리 아티스트는 관객들의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영화 분위기와 감독의 의도에 맞는 효과음을 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사람의 발 소리는 조금 더 쿵쾅대는 소리를 강조하거나 우울한 상황 속 인물은 질질 끄는 발소리를 낼 수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를 제작할 때 이충규 폴리 아티스트에게 특별한 주문을 한 적이 있다. 극 중 도준이 벽에 소변을 보는데 도준 모가 쫓아와 도준에게 약을 주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오줌 누는 줄기가 굉장히 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녹음하기 위해 물을 사방으로 뿌리기도 하고 강력한 물총까지 사용해 봤지만 실패했는데,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실제로 오줌을 오랫동안 참았다가 누는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다. 그렇게 녹음된 소리가 실제로 영화에 쓰였다. 이처럼 영화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기에 의사소통 능력이 많이 요구되기도 한다. 

영화 &lt;마더&gt; 속 오줌 누는 장면
영화 <마더> 속 오줌 누는 장면

 때로는 일부러 현실과는 맞지 않는 과장된 소리를 만들기도 한다. 범죄도시의 여러 액션 씬이 그 예시일 수 있다. 마석도의 주먹 소리를 실제보다 크고 강력하게 묘사함으로써 마석도의 강함을 증명하기도 하고, 리키가 칼을 빼들 때 실제로는 소리가 나지 않지만 소름 끼치는 소리를 넣으며 악당의 잔인함을 부각하기도 한다. 이렇게 제작된 소리들은 영화 관객들이 영화를 더 실감하며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폴리 아티스트가 되는 법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폴리 아티스트만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관은 없다. 폴리 아티스트는 우선 소리나 음향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기에, 주로 영화 사운드나 음향을 전공한 사람들이 이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다. 폴리 아티스트는 없던 소리를 영화에 맞게 창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 많은 소리를 기억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폴리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자격증이 따로 없기 때문에 평소 영화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영화 속 음향과 효과음들을 집중해서 들으며 제작하는 과정을 상상하다보면 좋은 폴리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OTT의 발전으로 퀄리티 높은 작품들이 해마다 셀 수 없이 제작되고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폴리 아티스트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폴리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잭 폴리 같은 전설적인 제작자가 탄생하길 바란다.

<범죄도시 3> 속 폴리 아티스트 팀 - KMDB

 폴리 아티스트는 크레딧에서 거의 유일하게 뒤에 아티스트가 붙는 역할이다. 다른 역할들과는 달리 무에서 유를 오직 자신의 창의력에 의존하며 창조하는 역할이기 때문인데, 그만큼 정말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영상에서 보이는 발을 내딛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밤새 작업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괴물 소리를 더 무섭고 사실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고민하기도 한다. 이런 보이지 않지만 피나는 노력 덕분에 우리가 실감 나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인물의 대사, ost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효과음에도 귀 기울여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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